전셋값, 매매가의 절반까지 추락…거래 비중도 월세에 첫 역전 당해

입력 2023-02-19 18:20   수정 2023-02-28 20:15


서울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84㎡ 전세 매물은 지난 13일 12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6월 최고가(22억원)와 비교하면 반년 새 45.4%(10억원) 떨어졌다. 지난달 매매가(28억4000만원) 기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42.3%에 불과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물량이 쌓이고 수요는 없어 호가가 떨어지고 있다”며 “강남권에 대단지 입주가 예정돼 있어 전셋값 바닥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매매 가격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 임대차 거래 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월세에 밀렸다. 일각에선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속에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전세의 위상이 쪼그라드는 등 전세 시장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세 거래 비중 역대 최저
19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물량은 5만1736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3만1069건)보다 66.5%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공급이 달려 웃돈을 주고라도 전셋집을 구하려는 세입자가 줄을 섰는데 1년도 안 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젠 보증금을 4억~5억원씩 낮춰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52.1%까지 내려갔다. 전셋값 급락이 집값 하락을 부추길 정도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내고 계약 기간 동안 ‘내 집’처럼 사는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아파트를 지으려는 건설사, 내집 마련 전 목돈으로 거주하려는 세입자, 부동산 투자를 노린 집주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합작품이다.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에서 ‘허리 역할’을 해왔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임대차 시장에서 전·월세의 위상 변화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뛰면서 전세대출로 나가는 이자보다 월세가 싸졌다.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6% 수준인데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연 4.9%다.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세에 대한 인식도 나빠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세입자가 전세금 미반환을 우려해 월세를 더 찾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전세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 거래 비중은 48.0%로 사상 처음으로 월세에 뒤졌다. 서울은 전세 거래 비중이 46.7%까지 내려앉았다.
보증부 월세 늘고 전세 위상 약화할 듯
전문가들은 전세 제도가 당장 사라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목돈 마련이 힘들거나 월세 내는 것이 버거운 서민 실수요자에겐 아직 필요한 제도라는 얘기다. 교육, 직장 등의 이유로 일시적인 거주를 원하는 세입자와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집주인의 사정으로 인해 전세 제도는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세 제도 자체가 소멸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집 마련을 위한 시드머니 역할이나 집값 상승기에 보증금을 지렛대로 이용하는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는 수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도 “한국 임대차 시장은 전세, 보증부월세(반전세), 순수 월세로 구성돼 해외의 단일화된 월세 시장과 구조 자체가 다르다”며 “전세가 줄더라도 해외식 월세 시장이 확대되는 게 아니라 한국식 보증부월세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전세의 효용성이 떨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연구소장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여서 집주인의 전세 유지 부담이 크고 세입자도 전세대출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월세와 전세 부담이 같아질 때까진 전셋값이 하락하고 이후 세입자의 선택에 따라 전·월세 공급량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보다 전셋값이 더 빠르게 떨어지면서 전세 소멸까지 전망되고 있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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